고분자 화학
고분자화학
고분자란 이름의 H. Staudinger에 의해 제안되었다. 그는 1922년 강연에서 "...간단한 화합물에 비해 중합체는 분자가 워낙 크므로 고분자란 이름을 제안하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고분자랑 분자량이 대단히 큰 화합물을 말하지만 저분자와 고분자와의 분자량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고분자는 적어도 수천 개의 원자를 가진 것으로 보통 정의되며, 이런 관점에서 고분자의 분자량은 적어도 10,000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분자량이 큰 화합물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지금 우리들이 책상 앞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면 고분자가 아닌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책상의 나무, 책의 종이, 고무, 볼펜, 카펫 등이 고분자 물질로 되어 있고 창틀의 유리나 도자기도 규소와 산소로 구성되는 고분자 물질이다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 즉 모피, 양모, 생사, 마, 면 등도 물론 고분자 화합물이다. 또한 고분자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의 신체가 수분을 제외하고 반 이상이 많은 종류의 고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고분자 물질 중에는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유전자, 염색체, 효소 등을 비롯하여 많은 수의 단백질, 핵산, 다당류가 함유되어 있고, 또 생체가 그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먹는 식량도 주성분이 다당, 단백질 등의 고분자로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삶에 필요한 의, 식, 주의 대부분이 고분자 물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고분자 물질은 인류가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존재하여 왔지만 학문적으로서의 고분자 개념은 금세기 초인 1922년 독일의 Staudinger에 의해 처음으로 제창되었다. 그 후 고분자 합성에 대한 연구는 급진적으로 발전하여 초기에는 천연 고분자에만 의존하던 것이 현재에는 합성 고분자가 많이 생산되어 천연 고분자의 사용량을 능가하고 있으며 합성섬유, 합성고부, 합성수지 등 많은 종류의 고분자가 생상되어 있다. 이들 고분자 물질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옷, 가정용품, 토목, 건축자재, 전자, 정밀기기, 교통, 운수, 포장, 의료, 농업, 어업, 레저, 스포츠 등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및 복합재료가 개발되어 자동차, 기계, 항공기 공업 등에 금속 대체물질로써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사용량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의료용 고분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여 인공심장, 인공혈관, 인공피부 및 인공장기 들이 실용화 단계에 있다. 따라서 현대를 고분자 만능시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1-1. 저분자화학과 고분자 화학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고분자 물질은 저분자 유기 및 무기화합물보다 훨씬 큰 분자량을 가지고 있다. 고분자 화학은 화학의 한 분야로서 고분자 물질의 합성, 구조, 화학적 성질 및 반응 등을 다루고 있다.
고분자 물질의 구조를 이루는 주요 원소에는 화학결합을 할 수 있는 모든 원소가 모두 포함된다. 특히 탄소는 자기들끼리 결합하여 긴 사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유기 고분자의 종류는 대단히 많다. 그러나 규소나 인의 유도체처럼 순수한 무기 또는 무기-유기 고분자도 있으며 이들도 고분자화학에서 다룬다. 그러나 이들 중 규소 고분자를 제외하고는 그 수요가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주로 유기고분자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물론 무기-유기 고분자 분야도 멀지 않은 장래에 급속히 발달하여 수많은 고분자가 개발될 것이다.
천연 고분자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으며 또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물질이 포함된다. 그 보기로 단백질 (양모, 비단), 헥산, 다당류 (cellulose, 전분, glycogen) 및 polyisoprene(고무, gutta percha, balata)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의 어떤 것은 다소 변형된 형태로 합성물질로써 이용되는데, cellulose 유도체가 그 좋은 보기이다. (제 9장 참조)
합성 고분자 분야는 지난 70년 동안 대단히 발전하여, 공업적으로 중요한 것들만을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 종류가 대단히 많다. wohler의 요소 합성에서 알 수 있듯이 합성물질과 자연에서 얻은 화학물질은 화학적 구조의 차이가 없으며, 고분자 화학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고분자화학은 저분자화학과 비교하여 기본개념 등은 비슷하나 고분자 물질이 저분자 물질과는 다르게 특이한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분자량이 큰 물질의 거동을 다루는 고분자화학 분야가 필요하다.
고분자 물질의 거동이 저분자 물질의 그것과는 다른 이유는 주로 분자의 크기에 기인한다. 1,000개의 -CH2- 기로 이루어진 선형 paraffin 은 분자량이 14,000으로서 수백 이하의 분자량을 가진 저분자 물질의 영역을 벗어난다. 이 선형 paraffine의 길이는 탄소원자릐 지름을 1 Å 으로 가정할 때 1,000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1a) 그러나 실제로는 탄소-탄소 결합의 자유 회전 때문에 이 선형 paraffine 모양이 직선적으로 길게 뻗어있지 않고 그림 1-1b에서 처럼 목걸이 형태로 꼬여 있어서 말단간 거리 (end-to-end distance) 가 30-50Å 정도 된다. 고분자의 실제 크기는 polystyrene의 경우 대략 3.5X3.5Å 크기의 단면을 가지고 있고 말단간 거리는 100 Å 정도된다.
그 외 저분자 물질과 고분자 물질의 물리적 성질의 뚜렷한 차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저분자 물질이 녹은 용액은 농도가 크지 않는 한 용액의 점도가 순수한 용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고분자의 용액은 colloid 용액의 전형적인 점도특성을 나타내어 용액의 농도가 커짐에 따라 점도가 크게 높아진다. 고분자는 분자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cellulose acetate 막 같은 분리막의 작은 구멍을 통과할 수가 없다. 따라서 고분자 물질과 저분자 물질을 투석 (dialysis) 에 의하여 분리할 수 있다. 또한 휘발성에 있어서도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데 많은 유기 화합물은 쉽게 기체상태로 변할 수 있어서 증류가 가능한 반면, 고분자 물질은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증발할 수 없다. 저분자 물질의 결정은 용융점에 이르렀을 때 일시에 녹아 버리지만, 고분자 물질은 비결정 영역 및 조밀도가 다른 결정 영역들에 함께 가지고 있어서 용융이 서서히 일어나 용융점이 넓은 범위에서 관찰된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분자량으로 저분자물질은 순수한 형태의 한 분자종으로만 되어 있어 그 분자량이 일정한 값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합성 및 천연 고분자물질은 다분산성 (polymolecularity)으로 분자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으나 그 분자의 크기 즉, 분자량은 동일하지 않고 일정한 분포를 가지므로 분자량을 평균값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분자량분포 때문에 고분자화학에서의 분자량 개념은 저분자 물질에서와 다르다. 이상과 같은 현상들이 저분자 물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분자 물질만의 특이한 물성이며 고분자 화학의 중요한 연구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