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분자의 전이현상

[저분자와 고분자의 전이현상 차이]

상태의 변화를 전이라 하며 결정상, 액체상 및 기체상으로 되어 있는 결정성 저분자 물질의 경우 용융과 비등의 두 가지 전이가 존재한다. 이외에 한 결정구조로부터 다른 결정구조로 변하는 결정-결정 전이가 존재한다.

 

저분자 물질과는 대조적으로 고분자물질은 높은 분자량으로 인하여 기체상태로 기화되지 못한다. 결정성 고분자 물질은 결정이 녹는 용융현상이 일어나나 비결정성 고분자 물질은 결정이 없으므로 용융현상은 없다. 비결정성 고분자 물질은 낮은 온도에서 비결정성의 유리와 같은 상태로 있으며 온도가 올라가면 점성의 액체로 변한다. 이와 같이 유리 상태에서 점성의 액채로 변하는 전이를 유리-고무 전이 또는 간단히 줄여서 유리전이(glass transition)라 한다. 결정성 고분자의 경우 결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결정격자가 깨어지는 용융이 일어날 뿐 온도가 올라가도 비결정성 고분자와 같이 유리-고무 전이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이온도의 측정]

전이온도 부근에서 열역학적, 물리적, 기계적 및 전기적 성질들이 크게 변화하므로 고분자의 전이현상은 이러한 성질들을 온도의 함수로 측정하여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온도에 따른 부피변화의 측정 (그림 2-22), 동적 기계적 성질의 측정 (그림 2-23), 열분석법 (그림 2-24) 등이 있다. 

 

1) 비체적변화에 의한 전이온도의 측정 

그림 2-22에 비결정성 고분자인 poly(vinyl acetate)의 온도에 따른 비체적변화를 나타내었다. 낮은 온도에서는 유리상태로 되어 있어 온도에 따른 부피팽창이 완만하나 어떤 온도를 지나서는 부피팽창이 급격해져 부피팽창계수가 변화하는 온도가 나타난다. 이 온도가 유리전이온도 Tg 이다. 실험에서는 dilatometer를 사용하여 비체적 변화를 측정한다. 

 

2) 동적기계적 성질을 이용한 전이온도의 측정 

고분자의 전이점을 조사하는 다른 방법은 동적 탄성률 (dynamic modulus)등의 동적 기계적 성질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동적탄성률은 고분자의 사슬의 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전이온도 부근에서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급격히 변화하므로 동적 탄성률의 측정으로 전이점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림 2-23에 온도에 따른 동적 탄성률의 변화를 물리적 구조가 다른 몇 가지 고분자에 대해 나타내었다. 먼저 선형 비결정성 고분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충분히 낮은 온도에서는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딱딱한 유리와 같은 상태 (glassy state)를 유지한다. 이 때 탄성률은 10^10 dyne/cm2 정도를 나타내며 그림 2-24의 [ I ] 영역이 이에 해당된다. 

 

온도가 올라가서 어떠한 특정한 온도 영역에 이르면 고분자 사슬의 말단 또는 반복단위 몇 개로 이루어진 분절 (segment) 등 고분자 사슬이 부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여 탄성률이 급격히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이 영역 (그림 2-23의 [ II] 영역)에서는 탄성계수가 수천 배 정도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 전이영역이 유리전이 영역이며, 각각의 고분자마다 특정한 온도를 지니게 된다. 

 

유리전이 영역을 넘어 온도가 더욱 높아지면 고분자 사슬의 분절운동은 쉬워지나, 고분자 사슬들은 높은 분자량으로 인해 여전히 서로 얽혀서 실제 흐름은 불가능하므로 고무와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 (rubbery plateau). 이 영역(그림 2-23의 [III] 영역)에서도 탄성계수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며 그 값은 약 10^7 dyne/cm2 정도이다. 온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면 고분자 사슬들의 운동이 더욱 활발해져서 서로 얽혀있던 고분자 사슬들이 풀려 액체와 같이 흐르게 된다. (그림 2-23의 [IV] 영역).

 

전이현상은 그림 2-23에서 보는 것과 같이 결정성, 비결정성 고분자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며, 또한 고분자의 물리적 구조 (선형 고분자, 가교 고분자)에 따라서도 다른 거동을 보인다. 가교화되어 있는 경우는 온도가 높게 올라가더라도 유동성을 나타내지 않아 선형 고분자와는 달리 탄성을 나타낸다. (그림 2-23의 점선). 유리전이 현상은 비결정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완전한 결정성 고분자의 경우 유리전이 현상은 없으며 온도를 더욱 높이면 결정이 녹는 용융 현상만 나타난다. 결정성 고분자의 경우 결정화도에 따라 다르나, 그림 2-23에 굵은 반실선으로 나타낸 것과 같이 비결정 영역으로 인한 유리전이 현상과 결정으로 인한 용융 현상 모두를 보인다. 그러나 유리전이온도에서 비결정성 고분자와 같이 탄성률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높은 값을 지니게 되며, 이 값은 결정화도에 의해 정해진다. 이는 결정들이 비결정 영역의 고분자 사슬운동을 제한하는 효과에 기인한다.

 

3) 열분석을 통한 전이온도의 측정

고분자의 전이 현상을 조사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열분석법을 들 수 있으며 실험이 편리하므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림 2-24에 DSC에 의해 측정된 결정성 고분자의 전형적인 열분석 결과를 나타내었다. 유리전이온도 Tg 부근에서 비열의 변화가 발생하므로 온도에 따른 흡열 또는 발열 기울기의 변화를 조사해서 유리전이온도를 찾아내며, 결정이 녹는점인 용융점 Tm에서는 흡열 peak가 생겨나므로 Tg, Tm 2개의 전이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측정 속도에 따른 유리전이온도의 변화]

유리전이 현상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측정의 속도에 따라 유리전이 온도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그림 2-25에 나타낸 것과 같이 용융된 고분자 시료를 일정한 속도로 냉각시키며 각 온도에서 부피를 측정하여 Tg를 결정하는 경우 냉각시키는 속도에 따라 Tg가 변화한다. 즉 빠르게 냉각시키는 것이 서서히 냉각시키는 것보다 높은 Tg를 나타낸다. 이는 고무상태에서의 사슬운동이 그 온도에서 평형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유리화되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유리전이 현상이 동역학적 (kinetic)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